서울 의정부지 유구보호시설


설계공모 참가
2020. 09



각자, 그리고 함께의 발굴사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 등 다양한 시간의 흔적들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의정부지의 유구들은 현대의 속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소 난해한 텍스트이다. 난해한 텍스트로의 첫걸음, 사람들이 천천히 유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좌표"를 사이트 전체에 균일하게 펼친다.

남겨진 내행랑의 기초들에서 출발하는 3.3m 간격의 좌표들은 모든 유구들에 동등하게 적용되지만, 각 시간의 켜와 만나면서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나 다양한 만남을 제공한다. 때로는 옛 건물의 기둥으로, 때로는 유구를 지키는 장승 같은 모습으로, 혹은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그늘막이 되어주기도 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좌표들 사이를 산책하며 사람들은 같은 유구를 바라본다 하더라도, 각자의 여정에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유구를 만나고 해석할 기회를 갖는다. 이는 각자의 발굴사를 적어보는 시간이며, 그 각자의 시간들이 교차하는 곳에서 현재 이 장소가 필요로 하는 만남들이 이뤄질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좌표는 각자의 발굴사와 함께의 발굴사를 적어나가는 배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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